중고나라 컴퓨터 부품(CPU) 사기꾼 잡은 썰

중고나라 사기꾼 검거한 썰



▶ 본인은 컴퓨터 부품들을 10년이 넘도록 거래해왔기 때문에, 아마 적어도 백번 이상 물건을 주고 받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거래도 간혹가다 했었지만, 대부분은 시간과 거리상의 문제로 택배거래를 했었죠. 몇만원짜리 CPU쿨러, 사운드카드, 랜카드부터 시작해서, 수십만원대의 CPU와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 아마 금액으로만 해도 상당할 겁니다. 주로 중고나라 카페와 다나와 장터를 이용하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번도 사기를 당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 중순 쯤에 사기꾼에게 당한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경찰 신고를 통해 원금은 회수를 했었죠.



▼ 먼저, 올해 5월 초에 중고나라 카페에서 CPU 거래를 하면서 주고 받은 문자메세지 내용입니다. 제가 구입하려던 물건은 인텔의 하스웰 i7 CPU였고, 시중 중고가격이 20만원을 넘는 모델이었습니다. 저는 평소대로 과거내역 등을 조회하고, 이 정도면 안심하겠다 싶어서 바로 선입금을 했습니다. 판매인은 송장의 사진을 찍어서 제가 보냈고, 이번 거래 또한 무난히 진행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물건을 받아 본 결과 오른쪽 메세지와 같이 박스에 CPU는 없고 쿨러와 플라스틱만 들어있더라구요.



▶ 좋지 않은 예감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는데, 전화기가 계속 꺼져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사기꾼이구나 생각을 하고, 더치트에 등록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몇시간 뒤에 다시 통화시도를 해봤더니 통화음이 몇번 들리고 나서 고의적으로 전화를 끊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 이제 제가 해야할 일은, 생각할 것도 없이 경찰서에 방문해서 진정서를 작성하는 것이죠. 다음 날, 직장에서 반차를 내고 바로 대전의 둔산경찰서를 방문했습니다. 경찰서에 진정서를 내는 일은 처음인지라,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약 두시간 정도가 걸린 듯 싶었습니다. 진정서 작성이 끝나고 남은 일은 몇달 간 기다리는 일입니다.



▶ 진정서를 제출하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와서 평소대로 회사에 출근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오로지 원금만이라도 받을수 있기를 바랬죠. 상습적인 사기꾼은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이라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어서 걱정은 좀 했었습니다.



▼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난 시점, 직장 동료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있는 도중 문자메세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아래처럼 말이죠. '거짓 판매글을 올려서 죄송하다. 계좌번호를 주면 변제해드리겠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쿨하게 알았다고하고 계좌번호를 보내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당했던 금액이 그대로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원금이라도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경찰서의 담당 수사관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가해자와 통화는 했냐, 피해금액은 어떻게 되었냐, 그리고 처벌을 원하느냐' 등의 질문을 하셨고, 저는 처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였고, 가해자의 처분에 대한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 혹자들은, '사기꾼을 잡았으면 합의금을 두둑히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의견들을 제시했지만, 일단 최악의 상황인 '한푼도 못받고 내 시간과 노력만 뺏기는 상황' 은 면했으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더 많은걸 요구한다 할지라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내 시간과 노력이 또 소모되기 때문이죠. 어쨌든, 10여년이 넘는 중고거래에서 처음 사기꾼을 만나봤었는데, 금전적 손해없이 잘 끝이나서 다행이긴 한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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