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20년 전에 시작된 전설의 레전드

■ 게임/- 기타|2017. 3. 27. 01:00


스타크래프트의 부활, 반갑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일이 1998년도 였었는데, 그 당시에는 컴퓨터의 보급률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인터넷을 하려면 56K 모뎀을 통해 비싼 아주 요금을 내야 했습니다. 인터넷 속도도 2 ~ 3 kbps 로, 지금의 기가인터넷 속도인 약 1,000,000 kbps 에 비하면 100배도 아니고 1,000배도 아닌, 500,000 배(50만배) 의 속도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느린 속도에 요금도 비샀기 때문에, 집에서 스타크래프트 몇판하면 전화요금이 10만원씩 나왔었죠. 지금 나이 30대 근처의 어른들 중, 인터넷요금 때문에 부모님께 등짝을 두드려 맞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 겁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CD에 게임들을 불법복제해서 팔던 동네컴퓨터 가게들이 많았었죠. 700MB 짜리 CD에 수십개 혹은 여러개의 게임을 넣어서 8천원 ~ 2만원 정도에 팔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이스이터널, 워크래프트2, 파랜드택틱스 시리즈, 영웅전설시리즈, 심시티, KKND, 커맨드앤컨커 등 셀 수 없을 정도 였는데 말이죠.


1998년 당시에 쓰던 컴퓨터는 펜티엄 MMX 166MHz 짜리 인텔 CPU였고, 운영체제는 윈도우 95였죠. 메모리는 얼마였는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한 16MB 가 아니었나 싶네요. 단위를 잘보셔야 합니다. 16 '메가바이트' 입니다. 지금이야 카비레이크, 스카이레이크, 라이젠 등을 사용하지만 20여년 전에는 이런 컴퓨터를 사용했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1998년 초등학생시절, 집이 잘살던 친구가 어디서 정품으로 구입해온 게임을 같이 했었습니다. 자원을 채집해서 건물을 짓고, 유닛을 생산하여 전투를 진행하던 게임, 바로 스타크래프트 였습니다. 브루드워가 나오기 전이었죠. 게임은 주로 오락실에서 백원넣고 하던 그 당시, 컴퓨터와 컴퓨터 게임의 보급이 낮았던 그 당시에 어린 꼬맹이들이 지금처럼 마린 컨트롤, 벌처컨트롤, 뮤탈뭉치기 등을 구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냥 일꾼 4마리로 시작해서 찔끔찔끔 마린이나 만들다가 컴퓨터의 초반러시에 무력하게 패배해 버리는 상황의 연속이었죠. 메딕도 없었기 때문에 테란의 마린과 파이어뱃 등의 생체유닛은 회복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스팀팩 한번 쓰면 생명력 30이 되는데, 그냥 계속 30으로 있어야 합니다. 골리앗의 경우는 대공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매우 짧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디언과 맞짱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해 연말 쯤, 스타크래프트의 확장팩인 브루드워 가 출시됐었고, 이 즈음부터 전국적으로 스타크래프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종 인터넷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짤 등을 보면, 뒤통수가 두꺼운 CRT 모니터에, 좌석도 10개도 없는 피시방의 사진이 올라 오는데, 바로 이 시기부터 그런 형태의 PC방이 생기기 시작했었습니다. 가격도 비싼 곳은 한시간에 2천원, 저렴하다고 해도 1천원 ~ 1,500 원 정도였었죠. 인터넷도 불가능한 피시방의 가격이 그랬습니다. 지금처럼 온갖 게임들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레인보우 6 등의 게임을 하려면 카운터에서 CD를 받아서 컴퓨터에 넣고 플레이 했어야 했죠. 아마 이 당시 도난당한 CD가 상당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요금결제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피시방 주인이 수첩에 시간을 적으며 돌아다녔었고, 시간이 되면 다 됐다고 알려주곤 했었죠. 이러한 수동시스템(?)이 수년 정도 유지됐었습니다.


또한, 지금이야 게임 내 유닛이 많아진다고 해서 프레임이 저하되는 현상으로 인해 뚝뚝 끊기는 일이 없었겠지만, 그 당시 사용하던 166 MHz, 233 MHz CPU로는 유닛이 조금만 많아지면 플레이가 힘들 정도로 초당 프레임이 저하됐었고, 이로 인해 캐리어 같이 소형 유닛의 움직임이 많은 유닛을 한부대씩 끌고 다니는 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었습니다. 다크템플러가 칼질 한번 하는데 2초씩 걸리고 그랬습니다. '뎅강' 이 아닌, '뎅-(1초 후)-강' 이런 식으로 썰었었죠. 그래도 그 당시의 아이들은 그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욕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닉네임 '쌈장' 님을 시작으로,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 등 여러 프로게이머 들이 활약을 하기 시작했고, 온게임넷 등의 게임방송들도 많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었죠.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서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직접 보곤 했습니다. 제 친구녀석이 그 당시 전태규 선수와 악수를 했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돌리며 기뻐했던 시절입니다. 얼마 전 사무실 동생이 보던 유튜브 영상에 전태규님께서 해설을 하시고 계시던걸 봤었습니다. 학교에서 밥먹고 꾸벅꾸벅 졸고, 저녁 때 또 급식먹고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도망간 후 피시방에서 매일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 쓰는 말로, '급식충'에 해당하던 학생들이 그때도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저는 게임이 풀리지 않는다고 상대방 혹은 같은 팀에게 욕설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시작해서 군대가기 전까지 지겹게도 하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2년 복무 후 전역을 하고도 식지 않았었죠. 제대 후 잠시 쉬는 기간에도 TV에 스타크래프트 방송만 했다하면 재방송이라도 새벽까지 보곤 했습니다. 방송종료를 알리는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봤었죠.


그렇게 영원히 할것만 같았던 스타크래프트는, 20대 중반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과 하루이틀씩 멀어지며 더이상 손을 대지 않게 됐습니다. 아주 가끔씩, 일년에 두세번 정도 친구들을 만날 때만 했었죠. 지금이야 일년에 한두번 하면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손이 기억한다는 말처럼, 신기하게도 지금도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 수십개의 단축키를 누르면 플레이 하게 됩니다. 머리는 잘 모르겠으나 손이 기억을 하고 있죠.


지금 되돌아 보니, 최근플레이 했던 게 아마 3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직장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심심풀이로 했었네요.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예전 프로게이머들의 동영상 캡처화면을 웃음거리삼는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잊을만 하면 예전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곤 하죠.


이번에 새롭게 보여지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기존의 낮은 해상도인 640*480 를 개선한 무려 4k 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기타 몇가지 사항들이 변경되어 나온다고 하네요. 기존의 발키리가 공격을 할 수 없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윈도우 7에서 윈도10 까지는 런처가 없어도 실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니 각종유닛들의 모습도 도트가 튀지 않는 모습으로 바뀌고, 관전모드와 줌인, 줌아웃 기능 등이 추가 됐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더욱 기대되는 점은, 31일부터 기존 스타크래프트는 무료화가 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그러더군요. '지금 아재들에게는 스타크래프트가 장기와 같은 게임이 될 것이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20년을 이어왔으니, 아마 후에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마스터가 출시되는 올해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